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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 나만의 한국현대사

서평 2020. 7. 16. 17:53 Posted by 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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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저자 유시민

출판 돌베개

발매 2017.02.07.

 

1987년 겨울 있었던 대통령 선거쯤에 중학생이었던 나는 친한 친구의 누나를 통해 내가 알던 대한민국 사회에 대해 다른 이면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이면은 당시 너무나도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와 어린 나의 사고체계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나의 의식 세계 한쪽에 자리잡혔다가 점점 잊혀져 가고 있었다. 5년뒤 역시 겨울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를 대학생 신분으로 바라보았다면 나의 대학생활은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시 나는 대학 입시 재수생으로 공부에 허덕이고 있느라 평생을 군사독재에 대항해 싸워왔던 정치인이 그 군사독재 정권과 야합하여 대통령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을 아무런 감정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1997년의 겨울의 대통령 선거는 한때 치열했다가 식어가던 나의 올바른 사회에 대한 열정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200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기적을 바라보면서 비로소 암울하고 지난한 어둠의 터널을 뚫고 나온 희망찬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

그 희망과 식어가는 열정은 나에게 현실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먹고사는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떠나온 미국에서 바라본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는 대한민국에 대해 내가 많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2012년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조차도 모를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은 미국이라는 타국에서 생활하는 나의 관심과 신경을 잠재우기 충분하였다. 2016년 겨울까지는... 2017년 새로운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의 친구였던 2002년의 대통령을 떠올린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따랐던 2002년을 출발점으로 하는 궤적이 2017년의 그것과 다르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미국에 살기는 해도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대한민국에 특히 그 현대사에 강렬한 갈증과 같은 관심이 도사리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 관심의 시점이 심히 감정적임을 깨닫고, 그 감정의 근원들을 관조해보기로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내가 감정들을 잠잠히 들여다보는데 도움을 주었다. 학생 운동시절부터 현실 정치까지 적잖은 열정과 감정으로 살아왔던 유시민 작가의 관점에서 바라보여지는 한국 현대사의 면면들을 보면서 내가 나의 감정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인내하는 감정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서리라. 해방이후 2012년의 대통령까지의 현대사를 바라보면서 어찌 그가 감정에 동요가 없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아는 정답이듯이 그것을 다스리며, 솔직하게 서술하는 한국 현대사의 모습들을 하나씩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가치가있는 책인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에 드러난 사관과 사건들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다른 감동이 내 마음 안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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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저자 채만식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4.01.22.

 

책을 읽는 동안에 주인공을 둘러싼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너무나도 훌륭한 묘사는 익숙하지 않은 구어체의 글로부터 오는 거리감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에 동화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친일작가의 글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나만의 선입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충분히 훌륭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난과 부정의한 환경 속에서 파괴되어가는 주인공의 삶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한껏 비통한 마음 속에 돌려 일제 강점기의 고단했었을 선조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 그 안타까움이 더해간다.

주인공도 한탄했듯이, 죄없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인생의 억울함들은 그 무엇으로 설명을 해야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세상의 죄가 스며들어 인간들 사이의 흙탕물을 만들어나가기 때문에, 우리를 둘러싼 그 탁류를 모름지기 받아들여야하는가? 아니면, 이 세상의 형이상항적인 섭리에 따르면 다 덧없는 일이라며 나름 초월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타당한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런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몰락한 인텔리 정주사의 첫째딸은 초봉은 축복이어야 하지만 저주가 되어버리는 미모를 가졌다. 그 저주는 타락해가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쾌락을 찾던 태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태수와 정주사 부부의 불순한 결혼에 대한 동기는 가족을 위한 희생의 대의 명분으로 바뀌어 결혼에 대한 마땅한 초봉의 고민을 잠재워 초봉의 인생의 첫번째 흙탕물을 일으킨다. 태수의 불순한 이기심 곁에는 더욱 노골적이며 천박한 형보의 불손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친구의 아내를 차지하기 위해 형보는 태수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초봉을 겁탈한다. 태수의 죽음과 형보의 욕망을 겪으며 당황, 분노 그리고 절망에 이르던 초봉은 가족의 지독한 빈곤 앞에 서울로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서울 가던 중 아버지 친구인 제호를 만나게 되고, 친구의 딸임에도 자신의 욕망 충족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 몰양심의 제호를 세세한 고민없이 따라가서 막다른 골목에서 이번에는 포기하다시피 제호의 첩살이를 시작하게 된다. 송희라는 아이를 낳았으나 세명 중 아버지를 특정치 못하는 상황에 초봉은 당황해하지만, 손안의 자식은 초봉의 삶을 지배하는 우상이 되어간다. 결국 송희는 제호가 초봉을 버리게 되는 경로의 시작점이 되며, 절대 혐오의 대표인 형보가 초봉을 인생째 겁탈하게되는 매개체가 된다. 인생의 우상을 볼모로 잡혀버린 초봉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쇠락해가는 인생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결국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자살 이후의 걱정거리들을 없애기 위해 형보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계획대로 되지 않고 우발적으로 형보 살해의 목적을 달성했을때, 첫사랑 승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승재의 등장으로 초봉은 자신의 삶의 처참한 회환을 느끼면서 동시에 희미한 희망도 보게 된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 서곡이다. 저자는 무슨 생각으로 서곡이라했을까? 이제 탁류가 그치고 초봉의 인생의 강물이 맑게 되는 서곡이지! 라고 착하고 낙천적인 생각으로만 받을 것일까? 아니면, 또다른 어쩌면 인생의 탁류의 시작의 서곡이지! 라고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생각을 취할까? 아니면, 한차례 세찬 탁류를 경험한 헝클어진 초봉의 인생으로 인해 어그러지는 승재나 계봉의 탁류의 시작의 서곡이지! 라고 해설적이며 관조적으로 받아야할까?

인생의 나름의 원칙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승재와 계봉, 그리고 쓸려가는데로 자신의 원칙보다 현실에 타렵하는 초봉을 대비해보면서 삶속에 분명한 나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그러기 위해 나의 현재의 한 순간 순간마다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없으면 우리의 인생 역시 험한 탁류에 휩쓸린 초봉의 인생이 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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