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ranny of Merit :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저자 마이클 샌델
출판 PenguinBooksLtd
발매 2020.09.03.
공정하다는 착각
저자 마이클 샌델
출판 와이즈베리
발매 2020. 12. 01.
이 블로그는 The Tyranny of Merit를 읽으면서 작성한 개인적인 독서노트입니다. 원서를 읽어서 해석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의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개인적인 생각과 해석이 가미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들어가며
2020년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수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와중에 한계를 드러내며 적절한 대처를 못했다. 전부터 전문가들의 바이러스 유행에 대한 경고가 있었고, 1월 중국에서 먼저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환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동안에는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의료 마스크나 보호장비, 확진자 검사를 위한 진단 키트, 위급환자들을 위한 인공호흡기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물자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냈다.
이런 미국의 무기력과 취약함을 초래한 다양한 원인들이 있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미국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수십년간 진행된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은 필수 의료장비 조달의 해외 의존도를 높여, 중요한 시점에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런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인 분열이었다. 수십년간 진행된 불평등의 심화와 이에 따른 문화적 적대감은 트럼프라는 대통령을 탄생시켰으며, 위기의 순간에 미국 사회는 무능력과 취약함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한편, 바이러스의 유행은 상호협력과 거리두기라는 역설을 만들어냈다. 사회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해야하는 존재이지만, 바이러스의 유행은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역설은 정치, 문화, 사회적 분열과 더불어 바이러스 문제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대한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
현재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의 원인은 더이상 좌우의 이념대립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있다. 미국의 시스템에서 성공은 적절한 교육과 경쟁에 대한 준비 그리고 글로벌 경쟁에서의 승리에 달려있다. 이 경쟁구도는 필연적으로 사회를 분리하여 승리자들이 누리는 성공과, 패배자들에게는 닥치는 실패를 당연시한다. 더 이상 "우리는 하나다"라는 믿음은 존재하기 힘들게 되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진 사람들은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드러나게 되었으며,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게 된다.
미국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학이나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상황에 빠진 도덕적 정치적 쇄신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상호 신뢰와 존중의 문화가 어떻게 퇴색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의 목표는 그런 과정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서론: 대학입시와 능력주의
2019년 3월에 입시 상담가와 대학 관계자가 개입한 부정입학 사건 사건은 미국 사회를 떠들석하게 하였다. 이 사건은 미국 대학 입시의 공정성과 더불어 누가 왜 보다 나은 능력을 가지게 되느냐는 좀더 근본적인 질문들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물론 정치적으로도 첨예한 마찰을 불러와 보수진영에서는 부정입학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대다수 진보진영 사람들임을 꼬집어 진보진영의 이중성을 비난하였다. 진보진영은 트럼프의 아들과 딸들이 막대한 기부금을 통해 대학에 기부 입학한 것을 바탕으로 대학입시에 관련된 경제력에 따른 뿌리 깊은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입시 윤리
물론 둘다 돈이 든다는 사실은 같지만,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기부입학과 부정입학은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부유층 자녀들이 대학 입시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 이 두 방법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사실 대부분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일반 전형의 경우에도 그 이면을 잘 살펴보면, 과연 경제적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면에서 부정입학 사건은 능력주의 이상을 기반으로 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위협하는 광범위하게 만연된 사회의 불공정을 표면화시킨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능력위주의 입시에 대해서 아무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그들의 재능과 능력에 따라 평가를 받아야지 그들의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평가를 받아서는 않된다. 능력주의에 대한 이견이 없다면, 문제의 근원은 실제 사회가 능력주의의 이상이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능력주의 이상 실현을 위한 공정한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진보주의자들은 인종별 쿼터를 입시제도에 도입하는 것이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보완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이 역시 또 다른 역차별을 만들어낸다면서 반대를 한다.
또한, 부정입학 사건의 이면에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류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한다는 사실도 존재한다. 수십년간 불공정이 심되면서 대학 졸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소득의 격차가 커지면서, 대학 진학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중산층의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며, 그들의 삶에 직접 개입하면서까지 자식들의 일류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행태는 불공정한 사회에서 낙오하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불러일으키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이런 두려움이 심화되어,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식들을 일류대학에 진학시키고자하는 부모들이 나타는 것일 것이다.
능력 구매
불공정한 사회 속에서 높은 계층에 도달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싶어한다. 능력과 노력을 바탕으로 성취한 결과로 그들이 성공했다고 믿는다. 입시 부정은 기부 입학 방식과 달리 들키지만 않으면 일반 전형과 같이 자녀들에게 위에서 말한 정당성과 믿음을 선물해줄 수 있다. 한편, 진정으로 개인의 능력과 재능으로만 선발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으로 그들의 능력과 재능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능력주의에 대한 고민해봐야할 또 다른 단면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성공이 순전히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만 여기게 되면 사회의 공공선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개개인의 겸손과 관용을 배우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부정입학 이면에 깔려있는 진정한 문제는 바로 공정에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공정의 문제만이 이성적 능력주의의 구현 방식에 대한 찬반의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 성공과 실패, 승자와 패자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성공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하는가? 와 같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모든 문제들을 다루지 않는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오늘날 이 책은 능력주의에 대해서 고찰해보려고 한다. 엘리트 계층에 대한 적대감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현재의 날선 정치를 통해 능력주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공공선을 위해 어떤 다른 방안이 필요한지 고찰해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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