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 - 왜? 라는 질문을 던지자!

서평 2021. 1. 17. 21:17 Posted by 죠조

 

Guns, Germs, and Steel

저자: Diamond, Jared

출판: W.W.Norton&Company

발매: 2017.03.07.

 

이제는 은퇴하셔서 명예교수가 되신 지도 교수님은 고생물학개론 첫 강의에서 우주와 지구의 생성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오늘 강의 내용에서 나는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그 누구도 오늘의 이야기들을 검증을 할 수 없을테니깐..." 비록 주입식 교육에 찌든 우리들이었지만, 교수님의 그 말씀이 지구의 생성에 대한 강의 내용을 일방적 받아들이라는 강요가 아니었다는 것 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게 권위가 주는 부담을 덜어주신 교수님 덕에 학부 2년차의 학문적 유년기의 우리들은 우주와 지구의 생성에 대한 강의 내용들에 마음껏 "왜?"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던지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당시 "왜?"라는 질문은 우리들을 좀더 적극적이고 깊은 사고의 과정으로 몰아넣어 공부하던 주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우리의 사고 체계에 견고하게 착상시켜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당시 기억은 강하게 여운을 남긴다.

 

생각과 지식을 정리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를 효과적이고 조리있게 하는 편은 아니어서 토론에 능하지 않지만, 나는 주변사람들과 사상과 지식의 교제를 나누기위해 토론을 즐긴다. 특정 주제에 대해 상이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토론을 하다보면, 평소에 내가 당연시 했던 고정 관념들의 이면을 들추어보게 되는 된다. 다른 의견을 바탕으로 나의 전반적인 삶을 떠받치는 생각들을 재검토하고 다듬는 것만큼 토론이 주는 유익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토론을 하다가 맞이하게 되는 안타까운 순간들도 적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접한 주장이나 사상들을 심사숙고하여 평가하는 과정없이 받아들이, 사상누각을 만들듯이 그 위에 자신들 사고의 결과물들을 쌓아올린다는 점이다. 그런 현상들은 결국은 여러 편견들의 시발점이 되어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던져지는 다양한 정보들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한번 더 그 이면을 생각해보는 것은 그러한 편견들로부터 우리의 사고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덕목라고 여겨진다. 단지 편견의 틀에 갇히지 않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으로 우리의 생각의 나래를 드리워 종국에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를 제공할 수 있는 창의성의 발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토론 중에도 상대방의 주장에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대부분의 답변은 어떤 책이나 신문의 사설에서 읽었다이거나 최근 발단된 SNS나 YouTube 방송을 통해 알게되었다면 나는 다시 한번 그런 미디어의 정보들의 권위가 타당한지 검증해보자고 한다. 그런 시도가 거부되면 물론 토론은 거기서 거의 마무리가 되고, 그럴때마다 나는 새로운 창의적인 생각들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했다는 진한 아쉬움을 가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수많은 비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총균쇠가 참으로 용감히 우리에게 역사의 새로운 영역의 초석을 마련한 훌륭한 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현재의 국제 사회의 현상을 설명하는데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류 문화사 중심의 역사관에서는 몇가지 권위적인 사고들이 근간이 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전세계의 현대화를 이끌어낸 서구 백인들의 상대적인 우월함에 대한 가정일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우월한 백인들은 훌륭한 문화를 만들어 합리적인 사회체제를 확립하여 과학적인 발명에 약진하여 종국에는 상대적인 약자인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나 아시아인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현대사의 단편들만보면 어쩌면 당연할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뉴기니 친구 얄리 덕에 당연한 역사학의 명제에 또 한번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왜 서구 백인들은 보다 나은 문화와 사회체계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약진할 수 있었을까?"라는 이 새로운 질문은 저자의 창의성을 자극하게 된다. 그런 저자의 창의성은 그가 익숙한 과학적인 방법을 바탕으로 한 논증으로 집약되어 이 총균쇠라른 서적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게 된다.